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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잠시머뭇거린순간들 2024. 2. 22. 21:08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자: 알랭 드 보통

번역: 김한영

출판: 은행나무

발행: 2016.08.25.

가격: 12,150원

 

 

 

  어느 주말, 새로 이사간 낯선 도시의 도서관을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도서관 전체가 금연구역이라서 읽고 있는 소설책을 들고 제법 푸르러진 공원 벤치에 가서 앉았다. 알랭 드 보통이 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라는 장편소설. 글의 흐름 사이사이에 작가가 개입하여 해설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라비’와 ‘커스틴’은 각각 한겨울에도 문을 열고 자야하는 일과 시간 약속에 집착하는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말다툼을 한 후 약속장소로 향하는 택시 뒷자리에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다. 심지어 ‘라비’는 “내가 미친 여자와 결혼 했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이 때, 작가는 제안한다. 스스로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것을. 그렇다면 서로는 이렇게 말 했을 것이다.

 

“당신이 한겨울에 창문을 열어놓고 싶다고 말할 때면 난 두렵고 속이 상해. 신체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인 이유에서 말이야. 앞으로 소중한 것들이 짓밟힐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그렇게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 건 결국 공포 증상이야. 그게 내가 무질서하고 놀라운 일이 가득한 세계에서 불안과 정체불명의 지독한 두려움을 지우기 위해 개발해낸 기술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권력을 갈망하는 거나 내가 시간을 지키고 싶어 하는 거나 매한가지야. 안전의 욕구와 다르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걸 고려하면, 비록 조금이지만 그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아? 온전한 정신을 지키려고 하는 나만의 미친 방법인 거야.”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이후의 일상> 중에서- 

 

 

  이렇게 말 할 수만 있었다면, ‘라비’와 ‘커스틴’은 좀 더 이른 시간에 택시 뒷좌석에 손을 잡은 채 약속장소를 향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들의 침실엔 밀폐형 창문까지도 달려있을지 모른다.

 

 

  중년 여자가 멀리서 벤치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공원 옆 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이 작은 운동장으로 공을 들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책을 접고 꽁초를 버릴 마땅한 곳을 찾아 도서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걷기엔 덥다가도 그늘에 있기엔 쌀쌀한 날씨다. 건물로 들어와 노트북을 켜고 방금 생각한 것들을 적어보기로 했다.